03.이직비책

당신이 지원한 그 포지션이 채용 공고에 올라온 이유

Youngchan Jo 2023. 2. 19. 07:35
 글은 [이직비책(移職祕策)] 시리즈입니다.  Chapter Part 순서대로 업로드되지 않습니다.

Chapter 05. 경력개발비책

Part 1. 당신이 지원한 그 포지션이 채용 공고에 올라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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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곰곰이 생각해보자. 당신이 지원한 그 포지션은 왜 경력사원을 채용하고 있을까?

회사에서 특정 포지션이 오픈된 이유는 딱 두 가지뿐이다.

 

첫 번째, 사업과 조직의 확장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포지션'이다.

두 번째, 퇴사자 또는 이동 인원으로 인해 발생한 공백이 만든 '기존 포지션'이다.

 

어떤 경우가 더 좋은 것일까? 잠시 생각해보자. 두 경우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장단점을 살펴본 이후 최종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첫 번째 ‘새로운 포지션'의 장단점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만약 새롭게 오픈된 포지션에 당신이 최종 합격했다고 가정해보다. 당신이 합격한 이유는 당신이 보유한 역량과 경험을 내부에서 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축하한다. 당신은 가치를 인정받아 합격하게 되었다. 처우 협상에서도 우위에 있었을 것이고 큰 기대와 함께 입사하게 될 것이다. 언뜻 보기에 장점만 있는 것 같은 이 경우의 단점은 무엇일까?

 

바로 기회와 기대가 많은 만큼 위기와 견제도 많다는 것이다.

새로운 포지션은 대게 새로운 ‘전략’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유지된 기존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보여야 인정받는다. 압박감도 심할 것이다. 자원도 충분히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걸 무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새로운 포지션'은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로 일컬어지는 최근에 더욱더 활발해졌다. 새로운 포지션이다 보니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직무도 많았을 것이다.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라든지, Developer Relations라든지, HR Analytics라든지, 딥러닝(Deep Learning)과 같은 단어를 사용한 직무들이 다수 탄생했다.

 

문제는 공고를 올리는 인사 담당자도 이 직무들이 실제로 어떠한 일을 수행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2년 전쯤에는 개발된 지 3년이 채 안된 딥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을 뽑는 공고에 ‘7년 차 이상 지원 가능'이라고 표기되는 웃지 못할 사태도 발생했다. 채용 담당자도 어떤 일을 수행해야 할지 모르는 이 직무, 과연 괜찮을까? 새롭게 만들어진 포지션이니만큼 없어지기도 쉽다. 'Data 기반의 Digital Marketing 전략 수행'과 같이 멋들어져 보이지만 모호한 역할을 요구하는 포지션은 언제든 없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포지션이 없어진다고 당신을 즉시 퇴사시키진 않을 것이다. 안심해도 좋다. 그러나 포지션이 없어지면 당신의 역량과 경험과는 전혀 관계없는 부서에 배치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다시 한번 이직을 고려해봐야 한다.

 

멀쩡히 사람까지 채용한 포지션이 없어지는 경우 중,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저 높은 곳(?)에서 ‘다른 선진 회사를 벤치마킹해서 포지션을 만들긴 했는데 생각보다 별로네. 그냥 직무 없애는 게 낫겠어.’라고 의사 결정하는 것이다. HR에서 '아니 높은 분(?)님, 그래도 이미 채용을 했는데...'라고 말해봤자 소용없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HR은 생각보다 힘이 없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당신의 상상보다 훨씬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새로운 포지션은 위기만큼이나 기회도 크다. 당신을 채용한 회사와 분야에서 당신이 가장 뛰어난 사람일 수 있다. 당신보다 직급이 높더라도 당신의 주장에 한 수 접어 줄 것이다. 게다가 경영진이 챙기는 핵심전략과 관련된 포지션이라면 당신의 파워는 더욱더 강하다. (물론 그럴수록 겸손해야 멋진 사람이다.)

 

 

둘째, 기존 포지션의 장단점에 대해 알아보자.

누군가 떠난 그 포지션, 왠지 모르게 안 좋아 보인다. 무엇인가 불만이 있어 떠난 것일까? 아니면 굉장히 수행하기 힘든 포지션이어서 누구든 나가떨어지는 것 아닐까? 당신이 맡는 다고 상황이 달라질까? 엄청난 업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곳은  아닐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그 포지션의 직속 리더나 구성원 중에 매우 이상한 사람이 있었던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계속 던져봐야 한다.

 

누구에게? 당신이 서치펌을 통해 지원했다면 헤드헌터에게 질문해야 하며 공식 공고를 통해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채용 담당자에게 꼬치꼬치 물어보자. 그런데 당신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듣지 못할 수도 있다. 혹은 대답을 들었다 하더라도 진실 여부를 판가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회사나 조직에 대해 아는 누군가를 수소문해 찾아보는 것이다. 만약 누가 가더라도 오래 못 버티고 빠르게 퇴사하거나 이동한 자리라면 아무리 좋은 보상 조건을 제시한다고 해도 웬만하면 거르자. 당신이 간다고 달라질 게 없다.

 

명심하자. 이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다. 정보의 양과 질에 따라 당신이 가지는 협상의 ‘힘'이 달라진다.

그런데 기존 포지션이라고 전부 안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누군가 하던 일을 ‘물려받는'것은 이점이 많다. 우선, 기존의 일하던 방식과 프로세스가 매뉴얼화되어있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포지션의 장점은 안정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Risk도 덜하다. 소위 누가 가도 ‘평타는 친다'는 것이다.

 

한편, 기존 포지션은 또 하나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해당 조직에서 ‘이미 해봤는데…’라는 말을 자주 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잘 안 먹힐 수 있다. ‘이미 그거 해봤고, 전임자도 노력했는데 잘 안됐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헤쳐나가기 쉽지 않겠지만 어찌하겠는가? 이것은 이직자의 숙명이다. 그러나 불가능은 없는 법, 빠르게 기존 조직의 맥락을 파악하고 Pain Point를 찾아내어 동료들이 깜짝 놀랄 만한 멋진 전략을 제안하고 제대로 실행한다면 뛰어난 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미 안정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크게 비난 받을 염려도 없다. 어떤 스타일로 일을 할 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