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Analyst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HR Analyst(혹은 피플 애널리스트)를 꿈꾸는 석사 과정 청취자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데이터홀릭의 HR Analytics 콘텐츠를 들으시고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셨다. 진심이 담긴 고민이 메일 곳곳에 드러나 있었다. 그 진심에 보답하고자 장문의 답신을 쓰게 되었고,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께도 부족하나마 도움이 되고자 내용을 각색하여 글로 정리하게 되었다.
질문과 대답으로 구성된 이 글은 다음의 내용을 (아주 가볍게)다룬다.
HR Analyst로 취업할 수 있는 아주 일반적인 방법
HR 비전공자가 갖춰야 할 역량
HR Analyst에게 요구하는 역량
HR Analytics의 현재와 미래
HR Analyst를 꿈꾸는 사람이 고민해봐야 할 중요한 질문
이 글을 보는 분들이 아래의 두 가지 사항은 참고하여 읽어주셨으면 한다.
필자가 소속한 회사나 조직의 채용 정책이나 방향과는 전혀 무관한 개인의 의견이다.
모든 상황은 일반적인 경우를 전제하였다. 늘 예외는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청취자 개인의 정보 보호를 위해 사연을 각색했다.
[청취자의 정보]
산업공학 전공으로 데이터 분석을 공부 중인 석사 과정 학생으로 HR Analyst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HR 데이터를 분석하여 채용, 평가, 교육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과학화하고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 1. HR Analyst가 되기 위하여 어떻게 취업해야 할까요?]
신입 HR Analyst를 채용하는 공고를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HR Analyst로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대졸 공채(신입)의 HR 직무에 지원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요?
공채로 취업한 후에 기업이 HR Analytics에 대한 의지가 없어 분석 관련 업무를 못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도 있습니다.
[질문 1.에 대한 답변]
HR Analyst가 되기 위해서는 HR 직무 경험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알아보신 바와 같이 HR Analyst를 신입으로 채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분석 방법론만큼 분석의 맥락, 결과의 적용 및 활용 방안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사조직, 리더십 산업 및 조직심리 등의 유관 학문을 전공한 [박사]의 경우 현업 경험이 없더라도 취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HR Analytics를 제대로 도입하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리더십 개발팀이나 조직문화팀에서 HR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긴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HR Analytics 전담 조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아는 범위에서만 말씀드리면, 국내 기업 중 공식 역할 및 조직이 있는 곳은 SK, 현대, 카카오, 쿠팡 정도입니다. 그리고 아주 소수의 인원만이 이 업무를 담당합니다. 또한 HR Analytics 역할과 기능은 생각보다 빠르게 System화 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사람(전문가)을 키우기보다는 HR Analytics System을 도입하여 모든 HR 담당자와 구성원이 쉽게 접근하여 사용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우려하고 계신 것처럼 HR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했으나 기업에서 Analytics에 대한 의지가 없어 분석 업무를 담당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질문 2. Data Scientist 혹은 Data Analyst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경력을 쌓은 뒤 이직 및 부서 이동을 통해 HR Analyst가 될 수 있을까요?]
[질문 2.에 대한 답변]
Data Science 분야에서 HR Analytics로 이동한 경우를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HR을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기존 HR 담당자들과 협업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HR Analytics에서 Data Science로의 이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커리어를 잘 선택하셔야 합니다.
한편, 산업공학을 전공하여 Data Scientist나 Business Data Analyst 역량을 갖추고 계시다면 굳이 HR Analyst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다소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현실입니다.)
HR Analytics는 다른 Data Science 분야에 비해 성장과 발전이 더디고 활용 범위가 제한적임.
Data Scientist와 비교했을 때 급여나 처우 등에서 비교 열위인 경우가 일반적임.
새로운 시도 또는 A/B Test를 하기 어려우며 분석의 결과를 성과로 증명하기 쉽지 않음.
데이터로 일하는 문화가 갖춰지지 않은 기업에서는 활용하기 매우 어려움.
특히 HR의 의사결정은 소수의 Top Management 의견으로 좌우되는 경우가 많음.
[질문 3. HR 비전공자로서 갖춰야 할 역량 및 자격사항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하반기 공채시즌까지 남은 약 6~7개월간 실천하고자 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직/산업심리학 관련 전공서적 및 기타 서적 읽기
(2) 캐글(Kaggle)에 공개된 HR Analytics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기
(3) HRM 전문가 자격증 또는 컴퓨터 활용능력 검정 등의 자격증 취득하기
[질문 3.에 대한 답변]
신입으로 지원한다면 이미 역량은 충분합니다. 산업공학을 전공하며 체득하신 데이터 분석 역량과 연구했던 내용을 현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원하시는 기업의 경영철학, 문화 등에 얼마나 적합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격검사나 면접을 통해 검증받게 될 거예요.
예시로 말씀하신 서적 읽기, 분석 경험, 자격증 등은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있다고 HR 신입 채용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가?라고 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면접 시 왜 HR인가?를 잘 어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Why HR & HR Analytics)
메일로 알려주신 청취자님의 정보만으로 제가 면접을 본다면 아래와 같은 걱정 또는 의문이 들 것 같습니다.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왜 HR에 지원했지?
HR에 관심이 있는 것인가? HR Analytics에 관심 있는 것인가?
합격 후 채용이나 총무 등의 업무를 맡기면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퇴사하진 않을까?
우리 조직은 HR Analytics를 적용하고 있지 않은데 굳이 필요한 역량인가?
왜 HR Analyst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결론 : 가장 중요한 질문
HR Analytics, 혹은 HR Analyst를 커리어의 최종 목적지로 선택하는 것에는 많은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기업 HR의 커리어를 예로 들어 그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신입사원 때는 대개의 경우 채용(Recruit), 급여(Payroll), 총무(General affairs) 또는 교육(L&D) 업무를 담당하게 됩니다. 한 직무에서 3년 정도 경력을 쌓은 뒤 직무를 변경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5년 정도 경력을 쌓고 나면 인사기획, 평가, 보상, 임원인사 등의 직무도 경험하게 됩니다.
경력이 10년 정도 쌓이면 본인의 [주특기]를 고민해야 합니다. 리더(팀장)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규모가 큰 경우 인사기획팀, 인재육성팀, 채용팀, 조직문화팀, 임원인사팀, HR전략팀 등이 편제되어 있습니다. 특정 팀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적합한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채용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채용 업무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팀장 다음은 임원급 리더입니다. 앞서 언급한 팀장의 상위 직책이 CHO(Chief Human resources Officer)인 경우도 있지만 인사담당, 인재육성담당 등과 같이 몇 개의 팀을 포함한 상위 조직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임원급 리더 다음은 CHO입니다. CHO는 말 그대로 인사총괄 책임자입니다. CHO가 되는 분들은 대부분 3개 이상의 HR 업무를 담당하거나 리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특정 HR 직무만 경험해도 임원이 될 수 있습니다만, 예외이니 제외하겠습니다.) CHO는 기업 HR 커리어의 종점입니다. 아주 소수만이 도달하는 포지션입니다. 물론 다른 산업 또는 직무로 이동하거나 학계로 가거나 사업을 하는 등의 선택지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일반적인 HR 커리어를 설명드렸습니다. 이 과정 중, HR Analytics는 얼마나 중요할까요? 혹은 HR Analytics 역량이 반드시 요구되는 직무 또는 직책은 무엇일까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역량, 분석 결과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역량(Data Literacy)을 갖추고 있다면 어떤 HR 직무를 담당하든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비단 HR 직무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 분석은 모든 직무(심지어 일상생활에서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자 차별화된 경쟁요소입니다.
그런데 (HR직군의)모든 사람이 HR Analytics를 HR의 필수 또는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할까요? HR Analytics가 HR 분야의 고성과자들, 또는 HR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역량일까요? 사람마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대부분의 HR 담당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HR Analytics가 아주 중요한 역량인 것은 맞지만 필수 역량은 아닌 것 같다.
데이터 리터러시가 중요하다는 것은 동의한다.
그러나 HR 담당자 모두 고급 수준의 분석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HR Analytics의 중요성이 강조된 지 꽤 여러 해가 흐른 것 같지만 현실은 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HR Analytics는 전문가(HR Analyst)의 시대를 빠르게 넘어서 System의 시대가 먼저 펼쳐질 것 같습니다. System의 시대가 되면 문제의 정의와 적용이 더 중요해집니다. 분석은 System이 대신해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분석 전(문제 정의)과 분석 후(결과의 적용)가 중요해지게 된다는 것인데 이것은 HR 전문가가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입니다.(물론 데이터 분석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겠지요.)
마지막으로 드리는 질문입니다.
지원하는 회사에 HR Analyst 직무 또는 팀이 존재하고, 그 역할을 맡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HR Analyst라는 커리어 목표를 달성한 뒤, 그다음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왜 HR을, 그리고 HR Analytics를 선택하신 건가요?
저 역시 HR Analyst를 꿈꾸고 있고 HR Analytics야말로 HR의 미래를 이끌 가장 중요한 발전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제약과 어려움이 존재함을 인지하시고 도전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의견을 드립니다. 부족하나마 제 글이 앞으로의 성장과 학습, 그리고 미래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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